원전과 주해의 지위?-경(經)서(書)설(說)


고전은 수많은 세월(古)의 논쟁에도 불구하고,  살아남은 책(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동양에서는 이것을 보통 서(書)라고 하는데, 특히 위 서(書)  중에서 학자들의 중지를 모아 선택된 서(書)를 경(經)이라고 호칭합니다. 그리고 위 서(書) 이전에 논쟁이 끝나지 않은 것을 설(說)이라고 할  수 있은데, 대부분은 세월이 지나면서 사라진다고 보아야 할 것입니다. 그러니까 경(經)은 검증에 검증을 거친 책인 만큼, 그 위치는 法典과 같다고 할 수 있습니다.  즉 학문에도 등급이 있다는 말씀입니다.

[원전]

그렇다면 자평명리학 책을 한번 살펴보겠습니다.

송의 연해자평은 명의 삼명통회에서 경(經)이라고 호칭합니다. 우리가 알다시피 연해자평은 송나라때 서대승이 서자평의 학문과 자신의 견해를 집대성한 책으로, 자평학의 시초를 이룬 책인 만큼, 삼명통회의 경(經)이라는 호칭은 당연하다고 사료됩니다.

춘추전국의 귀곡자찬은 당의 이허중이 주해를 붙친 책으로, 경(經)이라는 호칭은 아직 발견했지 못했지만, 명리학을 창시한 책인 만큼, 경(經)으로서의 대우는 필수 불가결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나머지 고전들 적천수(송), 난대묘선, 5행정기, 삼영통회(명), 명리정종(명), 난강망(명), 자평진전(청) 등은 서(書)가 될 것입니다.

그리고 청나라 이후의 천미, 징의, 보주, 평주등  주해서와 일본의 아부태산 전집 그리고 한국의 사주첩경, 명리요강, 사주정설 등은 불과 100여년이 안된 책으로, 아직 세월의 논쟁을 거쳤다고 볼 수 없으니, 설(說)이 된다고 사료됩니다.


[주해]

여기서 잠시 주해서에 대해 살펴보고자 합니다.

주역의 경우 주해서가 너무나 많아서 그 수를  헤아릴 수 없습니다. 물론 위 주해자의 대부분은  당대에 내놓으라는 학자였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선에서는 정자와 주자만을 인정해서 한권의 책으로  만들었는데 이것이 바로 주역전의입니다. 과거시험의 필수과목이지요.

주해라는 것은 원전에 대해 자신의 의견을  첨부시킴으로써, 원전의 정통성을 인정하는 동시에 자신 역시 정통성을 인정받고자 하는 학술행위입니다. 저는 지금까지 易을 공부하면서 주해를 원전보다 상위 학문으로 인정하는 것을 보지 못했습니다. 주해가 아무리 우수해도 원전보다 상위학문으로 인정할 수는 없는 것입니다. 원전은 그 학문을 개척하여 틀을 잡았고, 주해는 원전을 보충한 학문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주해서 중에서 가장 우수한 주해서가 왕필의 노자입니다. 왕필이 주해를 얼마나 잘 달았으면, 왕필이 노자의 주해를 단 것인지 노자가 왕필의 주해를 단 것인지 모른다는 말이 공식화 되어 있습니다. 이 말도 이미 고전이 되어 있으니까요. 그렇다고 왕필의  학문이 노자보다 상위라고 인정하는 사람은 하나도 없습니다.

그런데 만약 주해자의 학문이 원전의 근본취지를 벗어났다면, 위 주해는 이미 주해서로의 지위를 상실한 것입니다. 위 주해자는 분명 원전의 학문을 인정하고 그 정통성을 따르고자 한 학술행위이기 때문입니다. 만약 다른 학문을 가졌다면 그는 주해를 달지 않고, 원전을 지었을 테니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금의 학자 중에는 주해로 원전을 부정하니 학문을 꺼꾸로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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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같은 시간 공부하면서 왜 겉 공부만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경(經)부터 시작하고, 다음 서(書)로 들어가고, 설(說)은 시간이 남으면 참고로 읽든지 말든지 하면 되고, 설(說)은 참조사항일 뿐입니다. 어쨌든 동양학은 이렇게 진리를 지키며 정통성을 이어 왔습니다. 지금처럼 자기 멋대로 하지 않았습니다.

2001-07-25
머무름을 알라!! 지지닷컴

Posted by 무중 이승수 지지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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