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을론(甲乙論)1 다산시문집 제11권

甲乙之類十。子丑之類十二。古人所以紀日也。後世方技雜術讖緯怪力之說。若太乙九宮奇門六壬遁甲之法。與夫風水擇日雜筮雜占推數算命星曜斗數之等。其所以辨生殺之機。定吉凶之兆。察其衝犯。別其宜忌。以之惑千世而誣兆民者。壹以是甲乙子丑爲之宗幹。而繁條疊葉。得以依附。曰木曰火曰靑曰赤曰龍曰雀曰鼠曰牛。皆因是而萃焉。余嘗論甲乙子丑。有不宜然者三。有不必然者三。何以言之。

古稱大撓作甲子。卽大撓以前。上距天地開闢之初。不知幾千百年幾億萬日。悉皆無名。大撓以始作之年月正元日。命之曰甲子已矣。不必是日稟東方木氣。唯大撓以其意命之已矣。以是而爲萬古不易之定。則於理不宜然也。然且大撓以之紀日而已。以之紀年者。自漢武帝太初元年始也。旣以甲子紀年。於是追尊古年。以堯元年爲甲辰。以舜元年爲丙戌。卽太初以前。上距天地開闢之初。幾千百年。悉皆無名。其歲德年神方位之吉凶。雖堯舜禹湯。亦莫之知矣。是故堯舜禹湯。於祭祀朝聘巡狩征伐之時。皆不問宜忌。冥行徑 情。然以戰則克。以祭則受福。以與諸侯會同則萬方雍協。今取武帝以後人立之名。以爲天地之定。則又以是法紀月紀時。列之爲四柱。以爲人之壽夭貴賤。一定於四柱之成例。於理不宜然也。年日者所以爲今古也。方位者所以別圍合也。其理旣殊。其名宜別。今以年日之名。冒之於方位。曰子曰午曰壬曰丙。又何故也。子丑之類。析之爲四。可以四焉。故盡用之以配四方。甲乙之類。析之爲四。贏其二焉。故摘其贏以配中央。其亦不公甚矣。且方位何常之有。東家之西。爲西家之東。南宮之北。爲北宮之南。靑龍朱雀之等。將安所宅。今乃執移步換面之方位。以爲天地之定。則於理不宜然也。假使其言眞有所據。又其所用。與其法相舛。此夢之中又夢也。日出入時刻。隨地不同。延日之於漢陽。漢陽之於義州。差者數刻。延日義州之人。方以日出爲某刻。而其實漢陽之某刻。非延日義州之某刻。何則東曆主漢陽也。一刻旣差。時能易矣。一時旣差。日與年月。俱可易矣。何則除日之夜而差其末刻。歲其不易乎。由是觀之。卽所謂甲子。於遠方諸郡。或 爲癸亥。或爲乙丑。又可知也。專據漢陽一邑。命是日曰東方木德之幹。北方水德之枝。於理不必然也。又凡四方之中。可定者北而已。東西隨地易位。日本未必爲靑龍之地。大秦未必爲白虎之鄕。地體正圓。海路無閼。日本之人。乘風掛席。東而又東。必泊於大秦之西岸。大秦之人。乘風掛席。西而又西。必泊於日本之東岸。今乃以我坐之地。遂定天地之正位。不亦武乎。南方之所以配于火者。以南方熱也。以余觀之。南而又南。至於南極之下。則草木之朝生夕死。海水之半年氷合。將與北極之下同矣。烏睹所謂朱雀之銜火乎。今乃以我坐之地。遂定天地之恒氣。不亦陋乎。於理不必然也。仁義禮智。人性之所同。故論性者言仁義禮智。則周流萬國。無不合也。水火燥濕。物理之所同。故論理者言水火燥濕。則周流萬國。無不合也。獨所謂甲子乙丑者。唯與禹貢九州書同文者。方以是紀日。方以是紀年。稍遠者不知甲乙爲何文。子丑爲何名。況於其枝葉乎。木火靑赤。苟爲天地之公理。奚獨於禹貢九州。天啓其衷。使之趨避哉。於理不必然也。余觀 全羅之俗。偏信讖緯雜術。凡民之薄有聰明者。皆業爲葬巫。文學之士稍有聲譽者。又或沈溺於太乙奇門之書。余爲是悲。略言其所以勿信之意如是。

갑을(甲乙)은 10까지 나가고 자축(子丑)은 12까지 나간다. 이것은 옛사람들이 날짜를 기록하던 방법이다.

후세(後世)의 방기(方技)ㆍ잡술(雜術)ㆍ참위(讖緯)ㆍ괴력(怪力)에 대한 설(說), 태을(太乙)ㆍ구궁(九宮)ㆍ기문(奇門)ㆍ육임(六壬)ㆍ둔갑(遁甲)에 대한 법(法), 풍수(風水)ㆍ택일(擇日)ㆍ잡서(雜筮)ㆍ잡점(雜占)ㆍ추수(推數)ㆍ산명(筭命)ㆍ성요(星曜)ㆍ두수(斗數) 등등 생살(生殺)의 기미를 분별하고 길흉(吉凶)의 조짐을 결정하여 충범(衝犯)을 살피고 의기(宜忌 좋은 것과 나쁜 것)를 구별함으로써 천세토록 억조창생을 미혹(迷惑)시켜 오면서, 한결같이 갑을(甲乙)과 자축(子丑)을 종간(宗幹)으로 삼아왔다. 그리고 여기에다 가지와 잎새를 덧붙여 수천 갈래로 뻗어나갔는데, 목(木)이니 화(火)니 청(靑)이니 적(赤)이니 용(龍)이니 작(雀)이니 서(鼠)니 우(牛)니 하는 것이 모두 이에 의해 생겨진 것들이다.

내가 논하건대, 갑을과 자축에는 당연히[宜] 그렇다고 할 수 없는 것이 세 가지가 있고 반드시[必] 그렇다고 할 수 없는 것이 세 가지가 있다. 무엇을 근거로 이렇게 말할 수 있는가.

예부터 대요(大撓)가 갑자법(甲子法)을 만들었다고 일컬어오고 있다. 그렇다면 대요 이전에서 천지가 개벽(開闢)한 처음까지 몇 천백 년에 몇 억만 날이 되는지 계산할 수 없을 정도로 많았을 텐데도 모두 날짜나 해[年]에 대한 명칭이 없었다는 얘기가 된다. 그러다가 대요가 비로소 그 해의 정월(正月) 원일(元日)에다 갑자(甲子)라는 명칭을 붙었을 뿐이다. 따라서 반드시 이날에 동방(東方)의 목기(木氣)를 받은 것이 아니라 대요가 자기 나름대로 명칭을 붙였을 뿐이다. 그런 것인데 이를 만고에 바꿀 수 없는 정칙(定則)으로 삼고 있으니, 이치에 있어 당연히 그렇다고 할 수가 없는 것이다. 

그리고 대요는 갑자로 날짜만을 기록했을 뿐이다. 해를 기록한 것은 한 무제(漢武帝) 태초(太初) 원년(元年)부터 시작된 것이다. 이미 해를 갑자로 기록하였으므로 먼 옛날까지 소급해 올라가서 요(堯) 임금의 원년을 갑진(甲辰)이라 하고 순(舜) 임금의 원년을 병술(丙戌)이라 한 것이다. 그러나 태초(太初) 이전에서 위로 천지가 개벽한 때까지 수없이 많은 세월이 있었는데도 모두 날짜에 명칭이 없었다. 따라서 세덕(歲德)ㆍ연신(年神)ㆍ방위(方位)의 길흉에 대하여는 요(堯)ㆍ순(舜)ㆍ우(禹)ㆍ탕(湯)도 전혀 몰랐다.

이런 때문에 요ㆍ순ㆍ우ㆍ탕은 제사(祭祀)ㆍ조빙(朝聘)ㆍ순수(巡狩)ㆍ정벌(征伐) 등의 일을 할 적에 모두 의기(宜忌)를 따지지 않고 마음 내키는 대로 시행하였다. 그런데도 싸우면 이겼고 제사지내면 복을 받았고 제후(諸侯)가 회동(會同)하여 만방(萬方)이 모두 화목하게 붙좇았다. 이제 한 무제 이후 사람이 만든 명칭을 가지고 천지의 정칙(定則)으로 삼고, 이 법으로 월(月)과 시(時)를 기록하여 배열해 놓고는 사주(四柱)라 하는가 하면, 사람의 수요(壽夭)와 귀천(貴賤)이 한결같이 사주의 성례(成例)에 의하여 결정된다고 하니, 이치에 있어 당연히 그렇다고 할 수가 없는 것이다.

연월(年月)은 세월을 기록하는 방법이고 방위는 둘레를 구별하는 방법이다. 따라서 그 이치가 다르니, 그 명칭도 의당 구별되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제 연월에 붙은 명칭을 방위에다 뒤집어 씌워 자방(子方)이니 오방(午方)이니 임방(壬方)이니 병방(丙方)이니 하는 것은 또 무슨 까닭인가. 자축(子丑)의 순서는 12까지 나가기 때문에 넷씩으로 나눌 수가 있다. 넷씩 나눌 수가 있기 때문에 모두 사방에 분배시켜 사용할 수가 있는 것이다. 갑을(甲乙)의 순서는 10까지 나가기 때문에 넷으로 나누면 둘이 남게 된다. 그래서 남는 둘을 가져다가 중앙(中央)에 분배시켰으니, 매우 공평하지 못한 노릇이다. 그리고 방위라는 것은 늘 일정한 것이 아니다. 동쪽 집의 서쪽은 서쪽 집에서 보면 동쪽이 되고 남쪽 집의 북쪽은 북쪽 집에서 보면 남쪽이 되니, 청룡(靑龍)과 주작(朱雀)이 어디에다 자리를 정할 수 있겠는가. 이제 걸음을 옮기는 데 따라 방면(方面)이 바뀌는 방위를 고집하여 천지의 정칙(定則)으로 삼고 있으니, 이치에 있어 당연히 그렇다고 할 수가 없는 것이다.

가령 그 말이 참으로 근거가 있다고 하더라도 쓰이는 것이 그 법과 서로 어긋나고 있으니, 이야말로 꿈속에서 또 꿈을 꾸는 형국이다.

해가 뜨고 지는 시각(時刻)은 지역에 따라 같지 않다. 연일(延日)과 한양(漢陽)을 비교해 보고 한양과 의주(義州)를 비교해 보면 해가 뜨고 지는 시각의 차이가 수각(數刻)이 된다. 연일과 의주 사람들은 바야흐로 해가 떠오르는 시각이 아무 시각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실제적으로 한양의 해뜨는 시각과 연일이나 의주의 해뜨는 시각은 다른 것이다. 어째서 그런가 하면 우리나라의 역법(歷法)은 한양을 기준으로 정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1각(刻)이 틀리면 시각이 바뀔 수 있고 1시각이 틀리면 일(日)ㆍ월(月)ㆍ연(年)이 모두 바뀌어질 수 있는 것이다. 어째서 그런가 하면 섣달 그믐날 밤의 끝 시각이 틀리면 연(年)이 바뀌지 않을 수 있겠는가.

이렇게 살펴보건대, 이른바 갑자년(甲子年)이란 것이 아주 먼 지방의 고을에서는 계해년(癸亥年)이 될 수도 있고 을축년(乙丑年)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알 수가 있다. 그런데 오로지 한양 한 고을만을 근거로 하여 동방(東方)은 목덕(木德)의 줄기이고 북방(北方)은 수덕(水德)의 가지라고 명명하고 있으니, 이치에 있어 반드시 그렇다고 할 수가 없는 것이다.

또 사방 가운데서 고정시킬 수 있는 것은 북쪽뿐이다. 동쪽과 서쪽은 위치에 따라 방위가 바뀌기 때문에 일본(日本)을 반드시 청룡(靑龍 동쪽)에 위치하고 있다고 할 수도 없고, 대진(大秦 동로마제국)을 반드시 백호(白虎 서쪽)에 위치하고 있다고 할 수가 없다. 땅의 형체는 둥글고 해로(海路)는 막힌 데가 없으므로 일본 사람이 바람을 이용하여 돛을 높이 달고 동쪽으로 자꾸만 항해(航海)해 가면 틀림없이 대진의 서쪽 해안에 정박하게 될 것이고, 대진 사람이 바람을 이용하여 서쪽으로 자꾸만 항해하여 가면 일본의 동쪽 해안에 정박하게 될 것이다. 그런데 이제 자신이 살고 있는 곳만을 기준으로 하여 드디어 천지의 정위(正位)를 결정하였으니, 역시 억지가 아닐 수 있겠는가. 남방(南方)을 화(火)에다 분배시킨 이유는 남방이 뜨겁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가 살펴본 바에 의하면 남쪽으로 자꾸만 내려가 남극(南極)에 도착하게 되면, 아침에 났다가 저녁에 죽는 풀과 바닷물이 반년 동안 얼어붙어 있어 북극(北極)과 같으리라고 여겨진다. 그런데 이른바 불을 입에 문 주작(朱雀)을 어떻게 볼 수가 있겠는가. 이렇건만 이제 자신이 살고 있는 곳의 기후만을 기준으로 하여 드디어 천지의 일정한 기후로 결정하였으니, 역시 고루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이는 이치에 있어 반드시 그렇다고 할 수가 없는 것이다.

인(仁)ㆍ의(義)ㆍ예(禮)ㆍ지(智)는 다 같이 타고난 인성(人性)이기 때문에 인성을 논하는 자들은 인ㆍ의ㆍ예ㆍ지는 세계 어느 나라든지 다 같다고 말한다. 수(水)ㆍ습(濕)과 화(火)ㆍ조(燥)는 필연적으로 작용하는 물리(物理)이기 때문에 물리를 논하는 자들은, 수ㆍ습과 화ㆍ조는 세계 어느 나라든지 다 같다고 말한다. 유독 이른바 갑자ㆍ을축은 우공(禹貢)에 기재된 구주(九州)와 같은 문화권 속에 있는 자들만이 이것으로 날짜를 기록하고 이것으로 해[年]를 기록할 뿐, 조금 먼 곳에 있는 자들은 갑을이 무슨 글자인지 자축이 무슨 명칭인지 전혀 모른다. 더구나 갑을과 자축에서 생겨난 지엽이야 말해 뭐하겠는가. 목(木)ㆍ화(火)ㆍ청(靑)ㆍ적(赤)이 진실로 온 천하의 공리(公理)라면, 우공에 기재된 구주의 문화권 안에 있는 사람들에게만 하늘이 그 마음속에 든 것을 알려주어 길흉을 가리게 했을 리가 있겠는가. 이는 이치에 있어 반드시 그렇다고 할 수가 없는 것이다.

내가 살펴본 바에 의하면 전라도(全羅道)의 풍속은 참위(讖緯)와 잡술(雜術)을 지나치게 믿고 있다. 그래서 일반 백성 가운데 조금만 총명한 사람이면 모두 지사(地師) 노릇을 하고, 문학하는 선비 가운데 조금만 명성을 얻은 사람이면 태을(太乙)이나 기문(奇門)에 대한 책에 빠져들기 일쑤였다. 내가 이 점을 딱하게 생각하여 그것을 믿을 수 없는 것이 이러하다는 것을 대략 언급하는 바이다.

[주D-001]대요(大撓) : 황제(黃帝)의 신하로서 처음 갑자(甲子)를 만들었다고 한다.《事物紀原 正朔曆數部 甲子》

[주D-002]우공(禹貢)에……구주(九州) : 우공은 《서경(書經)》의 편명(篇名)으로 지리(地理)에 관한 내용인데 구주가 이 안에 기록되어 있다. 구주는 기주(冀州)·연주(兗州)·청주(靑州)·서주(徐州)·예주(豫州)·형주(荊州)·양주(揚州)·옹주(雍州)·양주(梁州)인데, 곧 중국을 가리키는 말이다.

Posted by 무중 이승수 지지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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